2013 Seven Blind Men


조각 같은 회화, 또는 촉각 같은 시각 : 김홍식의 근작들 

‘Seven Blind Men’ 이 작품들은 박물관 내부를 촬영한 흑백 사진 이미지를 스테인리스 스틸에 돋을새김한 것이다. 금속을 지지체로 사용했기 때문에 이 작품은 반짝인다. 좀 더 정확히는 번득인다. 그런데 이 ‘번득임’ 이 우리가 이미지를 관조하는 것을 방해한다. 그 이미지를 좀 더 잘 보려면-명료한 전체상을 얻으려면-우리 는 움직여야 한다. 하지만 아무리 움직여도 그 전체상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자리를 확보할 수 없다. 결국 전체상을 얻으려 면 매 순간 본 것을 마음속에서 이어 붙여야 한다.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힐데브란트가 요청했던 ‘부조 같 은 환조’와 정확히 반대되는 상황을 창출한다. 즉 그것은 ‘환조 같은 부조’ 또는 ‘조각 같은 회화’다. 그것은 좀 예기치 않던 방식으로 -좀 더 앞에서-보이면서 보는 일을 방해한다. 빛나는 금빛 액자, 보고자 하 는 이미지 앞에 떡하니 자리한 격자들은 시각적인 것이 주도하는 곳에 이물질처럼 끼어든 촉각적인 것들이 다. ‘시각적으로 촉각적인 ’ 것이다. ‘Seven Blind Men’ 에는 ‘시각적으로 촉각적인 것’ 외에 즉물적으로(literally) 촉각적인 것을 문제 삼는 작 품도 있다. 금속판(스테인리스 스틸)에 문자 텍스트를 돋을새김하고 이를 테이블처럼 생긴 지지대에 수평으 로 올려놓은 작품이 그 사례다. 그 돋을새김 된 문자들은 점자책과 유사한 느낌을 준다. 그 텍스트는 확실히 문자로 된 텍스트지만 대부분 의 경우에 우리는 그 문자를 해독할 수 없다. 그 문자들은 부식되어 있어서 잘 보이지 않거나 보이더라도 내 언어 수준에서 해독 불가능한 문자(라틴어)다. 그런데 그 ‘읽을 수 없는’ 점자책 같은 것이 내게 그것을 실제 로 만져보라고 한다. 판 위에서 나는 그 우툴두툴한 것들을 만진다. 생생하게 느낀다. 기실 그 문자 텍스트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「Potentiis Sensitiuis」(감각에 대하여)에서 가져온 것이다. 

● 홍지석 (미술비평, 단국대 연구교수) 2013 전시서문 중에서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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